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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로 칼럼

[시사매거진] 재건축ㆍ재개발의 시공자와 계약, 대의원회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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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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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이나 재개발 같은 정비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조합 내부의 가장 많은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누가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시공자와의 계약 체결의 경우 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당연할 것 같은데, 계약서의 모든 내용을 총회가 정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아 대의원회에 맡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시공자 선정을 조합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시공자는 정비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주체이고, 그 선정 결과에 따라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과 향후 주거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중대한 결정을 소수의 대의원에게 맡기지 않고, 조합원 전체의 의사를 묻도록 한 것은 당연하다.

 

대의원회는 어떤 기관일까. 대의원회는 조합원 전원이 모여 모든 사항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사안을 총회 대신 처리하도록 만든 기관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국민의 의사를 국회가 대신 결정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렇다 보니 법 역시 총회에서 위임한 사항을 대의원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생긴다. 시공자 선정이 총회 의결사항이라면, 시공자와의 계약 체결 역시 반드시 총회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닐까. 총회에 시공자와의 도급계약서를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했다면, 그 계약서 내용 그대로 날인하는 것이 원칙처럼 보인다. 총회는 조합이라는 단체의 의사결정기관, 머리에 해당하고, 조합장은 그 결정을 집행하는 에 해당한다. 손이 머리를 대신해 판단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이다.

 

하지만 실무는 늘 이론처럼 단순하지 않다. 실제 현장에서는 시공자 선정 총회를 거친 뒤, 구체적인 도급계약 체결 단계에서 협상이 이어지고, 총회 의결을 받은 계약서와 일부 다른 내용으로 최종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실무 관행은 법에 위반되는 것일까.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국토교통부 고시, 즉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은 시공자 선정계약 체결을 개념상 구별하고 있고, 적지 않은 하급심 판례들도 두 개념을 구별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무엇이 바뀌었는가에 있다. 총회 의결사항이 필요한 경우란, 조합원의 예상 범위를 벗어나 새로운 의무를 부담하게 하거나, 기존보다 불리한 조건이 추가되는 경우다. 반대로 말하면, 조합원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 조건이 조정된다면, 이미 총회 의결을 받은 계약서라도 구체적인 계약 체결 단계에서 일정한 수정은 가능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은 설계자 선정과 관련하여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총회 의결을 통해 선정된 설계자와의 계약에서, 이미 총회 의결을 받은 계약서에 관하여 조합원에게 새로운 부담을 발생시키거나 계약의 본질적인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뒤집어 말하면,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 계약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라면, 계약 체결 단계에서의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시공자 선정은 물론, 그 선정 결과를 전제로 한 계약 체결 역시 원칙적으로는 총회의 통제를 받는 것이 맞다. 다만 총회 의결의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즉 조합원에게 불리하지 않고 계약의 본질을 변경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는, 실무상 협상 결과를 반영한 계약 체결이 허용될 수 있다.

 

정비사업에서 속도도 중요하지만, 절차의 정당성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손이 머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다만 머리가 이미 방향을 정해 두었다면, 손이 세부적인 움직임을 조정하는 것까지 막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대신 결정했느냐’, 아니면 결정을 집행하면서 다듬었느냐의 차이다. 이 경계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은 불필요한 분쟁을 막기 위한 중요한 지점이다.

 

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tjkim00@centr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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