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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정보공개의무위반, 형사처벌만이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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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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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의무위반, 형사처벌만이 답일까?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 김정우


도시정비법 제124조는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 등을 목적으로, 추진위원장과 조합임원 등에게 정비사업에 관한 서류 및 관련 자료를 일정 기간 내에 공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로 규율하고 있다. 주택법 역시 주택조합의 임원등에 관하여 동일한 취지의 정보공개의무와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정비사업이나 주택조합의 사업이 대규모 사업비와 조합원의 중대한 재산권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보공개의 중요성 자체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필자는 위와 같은 정보공개의무를 담보하는 수단으로서의 ‘형사처벌’이 과연 헌법상 비례원칙이나 죄형법정주의 등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규정은 단순한 공개 지연등의 경미한 행위에 대해서도 형사처벌로만 규율하고 있기 때문에, 위반 행위의 불법성 정도에 비추어 제재의 수준이 과도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현행 도시정비법 제138조는 정보공개의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예정하고 있다. 나아가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도시정비법 제43조에 따라 10년간 조합임원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형사책임을 넘어, 장기간 정비사업의 임원 자격이 박탈되는 중첩적인 제재 구조라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형사처벌에 의한 규율 방식은 타 법률과 비교할 때도 지나치게 가혹하다. 대표적인 정보공개 관련 법률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공기관이 부당하게 정보공개를 거부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공동주택관리법의 경우 정보공개의무 위반에 대하여 과태료를 규정하고 있고, 상법 역시 이사의 서류 열람·등사 거부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뿐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도시정비법 제124조의 또 다른 문제점은 죄형법정주의, 특히 형벌법규로서 요구되는 ‘명확성 원칙’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당 조항은 공개 대상 문서를 열거하면서도, 해당 서류 외에 ‘관련 자료’까지 광범위하게 공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문서가 ‘관련 자료’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법문상 명확하지 않다. 대법원은 주민총회 참석자 명부와 서면결의서는 공개 대상이라고 본 반면, 속기록이나 자금수지보고서 등은 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하는 등 문서 유형별로 판단이 갈린다. 이는 수범자인 조합임원이 자신의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다.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도록 범죄의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판사들 사이에서도 동일한 서류를 놓고 공개 대상 문서인지 여부에 대하여 서로 엇갈리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속기록이나 자금수지보고서의 경우에도 항소심 법원은 ‘관련 자료’에 해당하여 공개 대상이라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아니라고 보았다. 동일한 규정을 두고 법관들조차 서로 다른 판단을 하는 정도라면, 이 규정이 과연 형사처벌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명확성 원칙’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정보공개의무 자체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일률적인 형사처벌만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정보 은폐 또는 허위 공개와 같은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형사책임을 유지하되, 단순한 공개 지연이나 경미한 누락이나 착오 등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처분 등 위법행위의 정도에 따른 비례적·단계적 수단으로 개정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본다. 도시정비법 제124조에 대하여 그동안 유지되어 온 형사처벌 중심의 구조를 재검토하고, 정비사업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입법으로 재설계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글 = 김정우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kjw@centr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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