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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조합원 정보공개청구, 권리의 방패인가 남용의 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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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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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이나 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의 정보공개제도는 조합원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정비사업조합은 조합원의 재산을 기초로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고, 각종 계약과 용역이 얽혀 있는 조직이기에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조합원이 조합의 일정한 자료를 열람·복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김택종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센트로
문제는 이 제도가 취지와 달리 자주 '무기'처럼 사용된다는 점이다. 조합 집행부에 불만을 품고 사업을 견제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반복적이고 포괄적인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소위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에서 조합의 업무를 사실상 마비시킬 정도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공개청구에 대응하기 위해 조합의 한정된 인력이 상당히 낭비된다.

현행법은 정보공개청구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와 '관련 자료'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관련 자료'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점이다. 어디까지가 관련 자료인지 법문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로 대법원은 '관련 자료'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해석하거나, 그 불명확한 기준만으로 형사처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20도17297 판결 등).

그런데 문제는 '관련 자료'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은 조합임원에게 형사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미 홈페이지 등을 통해 게시된 자료라고 하더라도 조합원의 공개청구에 응해야 한다는 등 법원의 입장이 대체로 조합원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이고, 정당한 정보공개청구에 불응할 경우 형사처벌이 될 뿐만 아니라 조합임원 자격도 박탈될 수 있어 애매하면 일단 공개부터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불확실성이 조합원들의 청구 남용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필자가 자문 중인 조합들도 조합원의 정보공개청구에 응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적지 않게 질의를 하는데, 필자도 법원의 입장이 확고한 사안이 아닌 한 대체로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주고 있다. 이럴 때마다 필자는 법이 투명성을 위한 제도로 설계한 공개청구권이 오히려 조합의 행정력을 소모시키고 사업 추진을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이러한 상황은 조합의 태도에도 왜곡을 가져왔다. 남용사례가 잦다 보니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하는 조합원조차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일이 생긴다. 일부 조합에서는 비판적 질문이나 자료요구 자체를 비대위 활동으로 단정하며 냉담하게 대응한다. 일부 조합원의 정보공개청구 남용으로 인해 정당한 감시와 견제 기능마저 위축되는 것이다. 정보공개청구권이 조합의 투명성을 위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조합과 조합원 간 불신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법이 정보공개청구 남용을 일정 부분 제한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조합원은 공개 목적을 명시하고 서면으로 청구해야 하며, 공개로 인한 실비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목적을 '조합원 소통'이라는 식으로 막연하거나 추상적으로 기재해도 되고, 서면에는 전자문서를 포함시켜 이메일이나 문자로도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대부분의 조합이 전자매체를 통해 자료를 주고받기 때문에 실비를 실제로 부담시키는 사례도 거의 없다. 이렇다 보니 법의 남용 제한 시도는 사실상 무력한 것 같다.

서울과 경기도는 조례로 열람·복사에 따른 실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조합은 생각보다 드문 것 같다. 실비 부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조합원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정보공개청구권'은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장치이지만, 그 운용이 불명확하고 남용을 방지할 장치가 미흡하다. 법적으로 '관련 자료'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반복적·포괄적 청구를 제한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글 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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