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내 보증금은 괜찮을까? 전세 사기 특별법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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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5-09-16본문
필자는 최근 어려운 소송을 하나 끝냈다. 집 주인이 보증금을 들고 날라서, 남은 세입자 둘이서 집에 대한 권리가 서로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사건의 한쪽을 대리했는데, 그 사건이 마무리 된 것이다.

전세 사기는 단순히 집주인이 돈이 없어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상황과는 차원이 다르다.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생각이나 능력도 없이 여러 세입자를 끌어들이는 조직적인 범죄에 가깝다. 집주인이 세금 하나 제대로 낸 적이 없어 집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알고 보니 집주인에게 막대한 빚이 있어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지는 식이다. 피해자들은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하지만, 복잡한 법률 관계 속에서 제대로 된 구제를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런 끔찍한 상황을 막기 위해 2023년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피해자법')이 만들어졌다. 정부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피해자를 결정하고, 이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피해자가 살고 있는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다른 사람보다 먼저 그 집을 사들일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주고, 집을 살 때나 다른 집으로 이사 갈 때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식이다. 막막했던 피해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기대와 사뭇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법이 정한 지원책들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선매수권'은 당장 전세금을 돌려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빚을 더 내서 그 집을 떠안으라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전세 대출금도 갚지 못한 피해자에게 집을 사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요구일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신 집을 사들여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방안도 있지만, 매입 실적은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같은 공공기관이 먼저 피해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고, 나중에 사기꾼에게서 그 돈을 받아내자는 것이다. 그리고 작년에 그러한 내용이 법에 반영되었다. 그러나, 피해자의 숨통을 먼저 틔워주자는 합리적인 방안처럼 들리지만,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나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전세 사기는 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우리 사회 주거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사회적 재난이다. 특별법 제정은 분명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하지만 법의 울타리가 모든 피해자를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한다면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또 다른 빚이 아니라, 피땀 흘려 모은 보증금을 되찾고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피해자들이 없도록, 보다 실질적이고 두터운 보호막을 마련하기 위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한 때이다./글 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전세 사기는 단순히 집주인이 돈이 없어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상황과는 차원이 다르다.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생각이나 능력도 없이 여러 세입자를 끌어들이는 조직적인 범죄에 가깝다. 집주인이 세금 하나 제대로 낸 적이 없어 집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알고 보니 집주인에게 막대한 빚이 있어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지는 식이다. 피해자들은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하지만, 복잡한 법률 관계 속에서 제대로 된 구제를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런 끔찍한 상황을 막기 위해 2023년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피해자법')이 만들어졌다. 정부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피해자를 결정하고, 이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피해자가 살고 있는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다른 사람보다 먼저 그 집을 사들일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주고, 집을 살 때나 다른 집으로 이사 갈 때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식이다. 막막했던 피해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기대와 사뭇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법이 정한 지원책들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선매수권'은 당장 전세금을 돌려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빚을 더 내서 그 집을 떠안으라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전세 대출금도 갚지 못한 피해자에게 집을 사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요구일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신 집을 사들여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방안도 있지만, 매입 실적은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같은 공공기관이 먼저 피해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고, 나중에 사기꾼에게서 그 돈을 받아내자는 것이다. 그리고 작년에 그러한 내용이 법에 반영되었다. 그러나, 피해자의 숨통을 먼저 틔워주자는 합리적인 방안처럼 들리지만,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나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전세 사기는 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우리 사회 주거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사회적 재난이다. 특별법 제정은 분명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하지만 법의 울타리가 모든 피해자를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한다면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또 다른 빚이 아니라, 피땀 흘려 모은 보증금을 되찾고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피해자들이 없도록, 보다 실질적이고 두터운 보호막을 마련하기 위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한 때이다./글 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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