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평택 매각불허가 성공기 1편] 혼자 낙찰 받은 땅, 왜 불안했을까?..현장에서 찾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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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5-06-16본문
낙찰 직후 찾아온 불안감, 역시 틀리지 않았다
2023년 7월 푹푹 찌는 폭염이 하늘에서 쏟아지던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는 상냥했지만 어딘가 절박하고 불안정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변호사님, 제가 평택 지제역 근처 땅을 경매로 낙찰받았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그 여성 의뢰인은 신건 1회 매각기일에 혼자 입찰해 감정가 9억 7,200만원 보다도 1억 6,300만원이 더 높은 11억 3,500만 원에 토지를 낙찰받았다. 하지만 낙찰 직후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고 했다. '왜 나 혼자 입찰했을까?', '정말 좋은 땅이라면 나만 알 수 있었을까?', '혹시 내가 알았던 정보가 잘못된 것일까?' 의뢰인은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고 했다.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 변호사 김정우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경매 전문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센트로
사건의 배경과 감춰진 맥락
사건번호 : 2022타경123456
소재지 : 경기 평택시 00동 000
감정가 : 972,000,000원
낙찰가 : 1,135,000,000원 (1차 단독 낙찰)
지제역 일대는 GTX 노선 연장과 고덕 삼성산업단지의 영향으로 일약 부동산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지역이다. 특히 의뢰인의 남편은 과거 토지보상을 통해 부를 축적한 경험이 있었다. 의뢰인 또한 '땅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신념과 함께 토지 투자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지제역의 호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런 믿음조차 낙찰 이후 밀려드는 불안감을 막아내지 못했다.
의뢰인은 결국 남편 몰래 저축해온 1억 원 가까운 보증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절망에 휩싸였다. 자녀들 결혼자금이었다. 만약 낙찰을 포기하고 보증금이 몰취된다면 이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 속에 마지막 희망으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현장에서 진실의 오아시스를 발견하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바퀴가 녹아내릴 듯한 한낮이었다. 체감 온도 40도를 웃도는 폭염이었다. 차 안 에어컨은 맥을 못 추고, 오래된 썬팅은 태양의 맹렬함을 막아내지 못했다.
현장에 도착했다. 등기부등본 등 서류만으로는 절대로 확인할 수 없던 '이질적인 풍경'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내 몸이 먼저 깨달았다. 직감. "그렇취!"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불렀다. 그것은 분명, 타버릴 듯한 뜨거운 모래사막 한가운데, 죽음의 문턱 직전에서 찾은 '오아시스'였다.
토지는 두 개의 필지로 나뉘어 있었다. 지목은 '답'. 벼가 자라고 있긴 했지만, 그 사이를 관통하는 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이 도로는 위성지도나 로드뷰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비밀의 통로'였다. 다수의 차량이 다니고 있었고 버스까지도 통행이 가능했다. 분명 도로의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도로 주변에는 여러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고, 그 옆으로는 명백한 불법 건축물도 있었다. 현황은 더 이상 '농지'라 부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농작물을 기르고 있는 땅이라기보다는, 생활 편의를 위한 부지처럼 보였다.
<실전 경매 꿀팁 : 감정평가서와 공부상 정보에만 의존하지 말자. 현장조사야말로 유일한 진실이다. 도로, 위반건축물, 사용 현황 등은 실제 경매 전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험자들은 왜 이 토지를 외면했을까
의뢰인은 '혼자 낙찰받았다는 사실'이 이상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단독 입찰은 때로는 행운일 수 있지만, 실전에서는 경험 많은 투자자들이 이미 피한 물건일 가능성을 뜻한다. 눈에 보이는 호재만으로 접근하면 보이지 않는 리스크에 쉽게 노출된다.
의뢰인이 본 건 GTX, 삼성, 개발계획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본 건 비현실적인 개발 거리, 지목과 불일치하는 현황, 도로와 위반건축물의 리스크였다.
진짜 전문성은 숫자가 아닌 '현장'에 있다
경매를 시작이라 여기고 접근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매는 최종 판단의 장이다. 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변수와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 책상 앞에서 데이터만 들여다봐선 절대 알 수 없다.
수백 건의 경매를 다뤘지만, 단 하나의 사건도 같았던 적은 없다. 그리고 가장 단순해 보였던 사건이 가장 복잡한 함정을 숨기고 있던 경우도 있었다. 두꺼운 사건 기록보다 얇은 기록이 어려운 경우가 훨씬 많다. 그만큼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나는 늘 해답을 찾는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은 매각불허가를 목표로 전략을 수립하여 진행하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냐고? 2편을 기대해도좋다.
실전 경매 꿀팁 : '경쟁 없는 낙찰'은 특급 경계대상 1호. 경매는 때로 침묵이 강력한 경고일 수 있다 /글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 변호사 김정우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경매 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센트로 김정우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14인의 '경매 전문 변호사' 중 한 명으로, 부동산 경매, 재건축 아파트 경매, 유치권 분쟁, 명도 소송 등 복잡한 실무를 다수 수행해왔다. 현재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로서, 실전과 이론을 겸비한 경매 법률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허남이 기자 (nyheoo@mt.co.kr)
원본 기사 : 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5208180?lfrom=kak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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