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 프라이버시 고려없는 도시정비법 개정이 절실하다. (법 제124조 ‘관련 자료’ 해석을 둘러싼 혼란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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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11-26본문
[하우징헤럴드] 재건축·재개발조합 자문변호사를 하면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질문이면서 답변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부분이 조합임원의 정보공개의무에 관한 내용들이다.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은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다음 각호의 서류 및 관련 자료’에 대해서 인터넷 등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4항은 위 제1항의 서류를 포함하여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대하여 모두 열람·복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관련 자료’의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보니, 굉장히 포괄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실상 정비사업에 관한 모든 자료가 공개대상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조합임원이 위 정보공개의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관련 자료’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형사처벌의 위험성이 있다 보니 단정적으로 공개의무가 없다고 자문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데, 똑같은 서류를 놓고도 판사들 사이에 서로 엇갈리는 판결을 할 때가 자주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셈이다. 거칠게 표현해서 운 좋으면 무죄를 받고, 운이 나쁘면 유죄를 받을 수도 있다. 다른 로펌에서 수행한 사건에서 유죄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우리 로펌에서 수행한 사건에서 무죄가 나오면 일단 다행이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다른 로펌 변호사는 얼마나 화가 날까.
그만큼 도시정비법 제124조의 ‘관련 자료’라는 규정은 동료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위 규정은 위헌의 소지도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대법원에서 명시적으로 비공개대상 자료라고 판시한 것이 아닌 한, 대한민국의 판사, 검사, 변호사 그 누구도 어떤 서류에 대하여 ‘관련 자료’가 아니라고 100% 확실하게 단정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는 지킬 수밖에 없다. 악법도 법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조합에서 공개하기를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자료가 바로 개인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성명, 주소, 전화번호 등 인적 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자료이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각 조합원의 개인정보가 다른 사람들에게 제공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 많은 조합원들이 불쾌감을 넘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정보가 공개된 이후 어떻게 악용될지 전혀 예상할 수도 없다. 미래 발생할 수도 있는 피해는 고스란히 각 조합원들의 몫이다. 본인의 전화번호가 공개되는 것에 대해 많은 조합원들이 조합에 항의를 한다. 이런 항의를 받는 것 자체가 조합임원의 입장에서는 매우 큰 부담이 된다.
도시정비법은 위와 같은 개인정보침해 우려에 대한 고려를 극히 제한적으로 한다. 현행법상 비공개 대상은 오로지 주민등록번호가 유일하다. 다른 개인정보는 모두 공개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 대법원은 다른 조합원들에 대한 ‘정보공유’ 운운하며 각 조합원 개인의 전화번호도 공개대상이라고 명시적으로 판시했다.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다. 악법에 악판이다.
또한 우리 대법원은 조합원들이 제출한 총회에 관한 서면결의서도 공개대상 자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위 서면결의서에 기재되어 있는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도 공개할 수밖에 없다. 조합은 서면결의서를 공개함으로써 투표의 비밀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도시정비법의 개정이 절실하다. 우선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도시정비법 제124조의 ‘관련 자료’ 자체를 삭제하거나 또는 삭제가 어려울 경우 그 범위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공개대상 자료를 명시적으로 열거하여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조합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 위해 전화번호 등과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국회의 결단을 촉구한다.
○ 문의
법무법인 센트로
- 대표변호사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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