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이 매도청구 하려면 미리 소유자에게 통지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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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12-05본문
남의 땅에 건물을 지으려면 그 땅을 사거나 최소한 그 땅의 소유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다.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된다. 리모델링은 아파트를 사실상 새로 조성한다고 해도 될 정도로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파트 소유자들의 일정 수 이상 동의를 받아야 리모델링을 할 수 있다.
아파트 리모델링이라고 하면, 우선 리모델링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리모델링을 할지 설계를 확정해야 하며, 이후에는 설계에 따라 착공하여 아파트를 새롭게 개선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리고 적어도 설계를 확정하고 착공하는 단계에서는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모든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법은 리모델링 설계를 확정하기 위한 리모델링 허가 단계에서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소유자의 소유권을 강제로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조합이 수립한 리모델링 설계에 대해 소유자들 75% 이상이 동의하면, 조합은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소유자들을 상대방으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조합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면 조합과 매도청구의 상대방 사이에 매매계약 체결이 강제된다. 이에 따라 조합은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모든 소유자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매도청구권 행사는 소송으로 진행되고, 매매대금은 사실상 법원이 지정하는 감정인에 의해 결정된다.
한편, 리모델링에서 조합이 매도청구를 하면, 재건축이나 재개발의 현금청산 절차와는 달리 이를 기각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분양권의 내용이나 보상 등을 문제 삼아 조합과 협상을 시도할 여지도 없지 않다. 그리고 관리처분계획의 문제로 인해 조합이 어쩔 수 없이 소유자와 합의를 해야 하는 상황들도 종종 있다.
그러나, 리모델링은 아파트의 기본적인 구조와 등기부가 그대로 보존되기 때문에 재건축이나 재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적고, 리모델링 허가를 위한 동의률만 확보되면 매도청구를 기각시킬 만한 명분이 딱히 없다.
그나마 리모델링 허가를 위한 동의률 부족이라는 주장 외에 종종 언급되는 것이 매도청구를 위한 사전 통지의 누락이다. 법은 소송이라는 수단이 최후에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 것인지, 매도청구를 하기 전에 소유자에게 리모델링에 반대할지 여부를 묻도록 정하고 있다. 이때 상대방 소유자가 리모델링에 반대함을 명시적으로 밝히거나 조합의 질문에 아무런 응답 없이 2개월이 지나 반대하는 것으로 간주되면 매도청구의 상대방이 된다.
그렇다면 매도청구를 하기 전에 위와 같은 통지를 하지 않으면 매도청구가 부적법할까?
현실은, 리모델링에 반대하겠다고 자기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하던 말던 상관도 않고 있으면, 어느 날 갑자기 아파트를 팔고 나가라는 소장을 받을 수도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매도청구를 위한 소장을 접수하기 전에 반드시 2개월의 사전통지 기간을 거칠 필요는 없고, 2개월 동안 응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판단에 대해 대법원도 심리불속행기각 결정으로 나름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다.
법이 매도청구 전 통지를 하라고 규정한 취지는, 소유자가 소유권을 강제로 박탈당하기에 앞서 리모델링에 참여할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기회와 2개월이라는 시간을 주는 것이므로, 소를 제기한 후 위와 같은 기회와 시간이 충족되었다고 하면 굳이 소를 기각시키고 다시 소를 제기하게 할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 위 서울고등법원의 입장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법원의 입장 덕분에, 조합은 사전 통지를 생략하여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소가 확인되지 않는 소유자들에 대해서 일단 소장을 넣어 주소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정말 반가운 일이다.
반면, 아파트 소유자 입장에서는, 조합이 사전 통지도 없이 갑자기 소장을 날릴 수 있으므로 달가울 수 없다. 따라서, 애초에 현금청산할 마음이 아니라면, 일단 조합설립이나 리모델링 허가에 동의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리모델링은 동의하더라도 언제든지 다른 사람에게 아파트를 팔아서 리모델링에서 빠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글 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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