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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신문 / 유재벌 변호사 인터뷰] "탁상행정" vs "불법 예방"... '숨 막히는' 정부 농막규제안 발표에 술렁이는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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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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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12일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 발표'... 내달까지 의견 수렴

농지 면적 따라 차등 규제... 농막 실내 휴식 공간은 25% 이내로 제한

야간취침·전입신고 등 일괄 금지... "편법적인 주거 목적 오남용 금지"

"불법 농막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 주말에 바베큐 파티 등 열기도"

"농촌 현실 모르는 공리공론... 예비 농업인·주말 농민 유입만 끊길 것"

게티이미지 뱅크

정부가 농지 규모에 따라 '농막' 평수를 차등 규제하고 농막 내 휴식 공간도 25%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 유례없이 강력한 규제안을 내놓자 농심(農心)이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교외에 우후죽순 생겨나 사실상 '세컨하우스'처럼 활용되는 편법 운영을 막을 수 있다는 긍정론과 함께, 농촌의 실상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함께 제기된다. 특히 휴식 공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농막 내 야간 취침을 일체 허용하지 않는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농지 면적 따라 차등 규제... 휴식 공간은 25%이내로 엄격 제한


농림축산수산부(장관 정황근)는 12일 '농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공고 제2023-177호)'을 입법 예고하고 다음 달 21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발표했다.

입법예고안은 △농지 별 설치할 수 있는 농막 면적 제한 △농막에 부속된 정화조와 다락, 데크, 테라스 등의 연면적 포함 △농막 휴식 공간을 25%이내로 일괄 제한 △야간 취침, 숙박 등 금지 △전입신고 금지 △ 설치 신고 기준 통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전체 농지 면적이 660㎡(199.65평) 미만인 경우 7㎡(2.1평), 660㎡~1000㎡(302.5평) 미만인 경우 13㎡(3.9평), 1000㎡이상은 경우 현행 20㎡(6평)의 농막을 설치할 수 있어 규모에 따라 차등 규제된다. 현행법은 농지 면적과 무관하게 20㎡의 농막 설치가 가능하다.

나아가 화장실 설치에 필수적인 정화조도 연면적에 포함시켰다. 데크(입구에 설치하는 평평한 구조물)와 테라스, 다락도 농막 면적에 포함된다. 부속 시설이 대부분 연면적에 포함되면 농막의 크기는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는 층고를 높여 다락과 테라스를 만들어도 연면적에 삽입되지 않아, 비교적 넓은 실내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컨테이너 형태의 한 농막


● 절반 가까이가 '불법 농막'... 전원 주택·개인 별장처럼 이용하기도


농식품부의 강력한 규제안은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감사원이 지난 달 18일 발표한 '가설건축물(농막, 산막) 설치 및 관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 산재한 농막 3만 3140개 중 1만 7149개가 불법적으로 증축·전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농자재의 보관 및 임시 휴식이라는 본래 용도와 달리, 주거 등의 목적으로 오용되는 농막이 1만 1525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시중에 판매되는 농막 중에는 소형 주택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화려한 것들이 많다. 고급스러운 마감재에 화장실과 주방, 침실까지 갖춰 개인 별장으로 전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가설건축물(임시적·한시적 사용을 목적으로 한 건축물)'에 해당하는 농막은 1가구 2주택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데다, 까다로운 준공 검사나 시공 기준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 같은 맹점을 이용해 일정 규모의 농지를 촘촘하게 분필한 다음, 주택에 버금가는 농막을 집단으로 설치하고 상업용 펜션으로 활용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막이 본래의 취지와 맞지 않게 별장이나 전원주택처럼 사용되어 농지를 훼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번 지침 개정안은 구체적인 주거 판단기준과 연면적 기준 및 설치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우후죽순 난립하고 있는 불법 농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규제가 부득이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남 광주의 한 농민은 "별장처럼 지은 농막에서 주말마다 '바베큐 파티'를 열고, 심지어 모닥불까지 피우며 마을에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이 있다"며 "(정부 규제안은) 편법적으로 운영되는 불법 농막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재벌(사법시험 57회)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는 "그동안 일시 휴식과 주거의 구별기준이 불명확해, 농막 관련 탈법행위가 많음에도 단속의 어려움이나 분쟁이 많았다"며 "규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구체화하였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개정이라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농지로 원상복구가 가능한 건축법상 가설건축물로만 신고하도록 하여 3년마다 불법 증축 등 위반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점과 건축법상 연면적에서 제외되는 부속시설물을 농막 연면적에 포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농촌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 인구유입 완전히 끊길 우려도


이같은 지지 의견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의 입법예고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불편이 크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휴식 공간을 농막 내 25%로 제한하고 야간 취침을 일절 금지한 조항이다. 7㎡ 농막에서 휴식 공간을 25%로 제한할 경우 0.5평 크기로 눕거나 편하게 앉기조차 힘들다. 농막이 농사일을 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천편일률적 제약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비판을 받는다.

강원도 춘천시의 한 농민은 "농사일을 전혀 해본 적 없는 공무원들이 정책을 만든 것 같다"며 "불법 농막을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본래 기능조차 제대로 수행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른 농민도 "가을에는 야간 작업을 하다 부득이하게 농막에서 잘 때가 있다"며 "농민들이 농막에서 자는 걸 잡겠다고 공무원들이 휘젓고 다니며 벌금을 물리는 짓은 왜정(倭政) 시절이나 군사 정권 때도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업 농민들에게 그렇게 까지 하겠느냐는 말도 있지만(별장으로 쓰는 사람만 단속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 법이 공무원들의 자의에 따라 엄해지기도 하고 유해지기도 하는 건 더 큰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심각한 인구 공동 현상을 겪고 있는 농촌 실정을 감안할 때 과도한 농막 규제는 그나마 조금씩 농촌으로 유입되던 인구마저 완전히 등을 돌리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평소에는 도시에 거주하다 주말 농장을 겸하여 농촌을 방문하는 이른바 '아마추어 농민'이나 '주말 농민'들은 향후 농촌으로 이주·정착할 확률이 가장 높은 예비 농업인으로 분류된다. 일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말 농민들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경작 활동을 하기 때문에 주위 농가와 교류가 잦은 편이다.

이에 농막에 대한 불법적인 증·개축과 편법 운영은 엄격하게 단속하되, 현재 입법예고된 내용보다는 다소 완화된 지침을 마련해 농촌의 현실을 밀도있게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통합입법예고시스템에 등록된 의견 중에는 "주말 하루 정도 '야간 취침'하는 것을 주거로 보는 건 과한 처사", "실제 농막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실정에 맞는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등의 반대론이 많다.

부종식(사시 47회) 법무법인 라움 대표변호사는 "전용되는 사례가 있다고 해서 이를 완전히 막는다면 농촌 유입 인구 장려의 측면에서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오히려 농막으로 보지 않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를 단속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허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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