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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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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사건 이길 수 있나요?

 

아래 대화는 의뢰인과 변호사의 대화 말미에서 거의 등장한다.

“이 사건 이길 수 있을까요?”
“현행 법률의 규정 형식과 대법원 판례, 하급심 판결의 동향에 따르면 큰 이변 이 없는 한 이길 것 같습니다.”
“확실한가요?”
“확실하지 않습니다.”
“???”

여기서 확실하다고 얘기했다가는 패소했을 경우 어떠한 항의를 받을지 모르 기 때문이다.

어떤 의뢰인은 이긴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사건을 위임할 것이며 조금이라도 의심스럽다면 사건진행을 포기하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승소하면 1억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을 패소했을 때 부담할 소송비용 1000여만원이 아까워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승소가능성을 과장하는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할 확률이 높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게 의뢰인의 심정이기 때문이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말은 변호사 업계에서도 통한다. 필자는 실제로 느끼는 승소 확률과 경우의 수를 거의 그대로 이야기해준다. 패소했을 경우 의뢰인이 거세게 항의할 것이 분명하고 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구차하게 변명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2. 성공보수 약정 안한 사건은 꼭 이긴다. 

 

승소했을 경우 의뢰인이 얻는 경제적 이득 중 일부를 변호사가 받기로 하는 것이 성공보수이다. 그러나 가끔 이러한 약정을 안 하는 수가 있다. 승소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이지만 최선을 다해본다는 의미로 소제기 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런 사건은 꼭 이긴다!

최근 필자는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가 승소한 적이 있다. 나의 사무장은 선고일에 직접 안국동 헌법재판소까지 갔다. 패소하면 의뢰인이 낙담할 텐데 옆에서 같이 슬퍼해주고 패소원인이라도 설명해주고자 간 것이다. 그런데 웬걸? 승소하였다. 선고 직후 사무장과 필자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이다.

“김OO 사건 기소유예처분 취소됐습니다.”
“응. 잘 됐군. 그런데 성공보수약정이 있었던가?”
“없습니다. ㅠㅠ 약정서를 아예 안 썼습니다. 기대도 안하고 넣은 사건들이 항상 결과가 이렇군요.”
“세상일이 그렇다니까. 미래일은 알 수 없어. 앞으로는 단돈 100만원이라도 걸어두는 습관을 들여야 할 듯.”
“네….”

승소한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가슴 한편으로 싸~ 하니 밀려오는 이 허탈감은?

또 다른 사건. 의뢰인이 돈을 빌려주면서 단체명의의 통장에 입금하였다. 돈을 돌려받으려고 하는데 현재 단체 명의로는 재산이 없었다. 부득이하게 돈이 있어 보이는 단체의 대표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승소가능성이 없을 것 같아 성공보수 약정을 안 하고 그냥 최선을 다하였다. 승소했다. 더군다나 그 피고는 항소조차 하지 않아 승소가 확정되었다!

 

 

3. 미래에 대하여 겸허함을 가져야 

 

필자도 이제 변호사 경력이 꽤 되어 나름대로 사건을 보는 눈이 생겼다. 1시간 정도 상담해보면 승소할 사건과 패소할 사건 그리고 조정으로 끝날 사건이 대충 구별된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이 얼마나 맞는가? 아무리 확률을 높게 잡아도 80%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20%가 적은 확률일까? 5번 중에 1번 발생한다는 것인데 예외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너무 높은 확률이 아닌가? 더군다나 그 예외라는 것은 발생했을 때 파장이 매우 크다. 전혀 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개업하고 몇 년 지나자 나름대로 사건 보는 안목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한 패소를 몇 번 겪고 난 뒤에는 미래에 대한 겸허함이 생겼다. 우리는 과거와 똑같은 시스템이 작동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과거의 데이터를 기초로 하여 미래를 판단한다. 세상은 계속 변화하는데도 말이다.

필자가 전문분야로 삼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영역의 법률은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기에 발생한 사건들을 이 법률에 적용시켜 보니 전혀 엉뚱한 답변들(제1심 판결들)이 나왔다.

그 판결들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었는데 대법원이 혼란을 정리하기까지는 1년~2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혼란기에 변호사와 업계 당사자들이 겪은 혼란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하여 장담하는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장담을 하는 순간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하여 그 예외적인 상황의 발생가능성이 커진다. 승소를 자신하는 순간 패소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게 되어 패소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4. 소송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근거 있는 시도 

 

일반인들은 재판이란 발생한 사실을 공식(법률과 판례)에 대입하면 자동으로 답이 튀어 나오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발생한 사실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확정하기도 어렵고 재판 진행 도중에 법령이 변경되어 소급적용 될 수도 있으며 대법원 판례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해당 사건의 담당재판부도 판결 선고를 위한 합의과정을 거치기 전까지는 결과를 선뜻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주심판사가 판결문을 쓰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어 변론을 재개하면 재판이 당초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이 이번 2012년 런던 올림픽 축구 8강전에서 영국을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래는 언제나 과거의 경험칙을 배반하면서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경험칙에 사람들은 또다시 안주하면서 다시 그것으로 미래를 판단한다.

함부로 미래를 예단하지 않고 미세한 변화를 주시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바로 전문변호사의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