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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로 칼럼

[센 변호사의 이혼세계]이혼하고 싶은데 이혼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김향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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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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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중기&창업팀 허남이 기자] 우리나라에는 '유책주의'라는 고리타분한 판례가 있다. 결혼생활 파탄에 책임이 있는 자는 상대방 배우자에 대하여 이혼 청구를 하지 못한다는 법리다. 쉽게 말하면, “잘못한 사람이 무슨 면목으로 상대방 배우자에 대하여 이혼청구를 하느냐? 그건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 법한 것 같지만 사실 그 폐해가 매우 크다.

유책자라 하면 예를 들어 바람을 핀 자, 배우자를 때린 자, 주식투자 등으로 가산을 탕진한 자를 말한다. 이렇게 집안을 말아먹은 자는 앞으로는 상대방이 아무리 배우자로서의 의무를 방기하고 멸시를 하더라도 이혼청구를 못하고 꿋꿋이 참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심한 거 아닌가.

한번 죄를 지었으면 영원히 죄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반면에 상대방은 평생 이를 울궈먹으면서 이 유책자를 학대하고 노예처럼 부려먹어도 되는 것인가? 전과자는 아무리 부당한 학대를 받더라도 영원히 입도 뻥끗 못하는가?

 

바람 한 번 폈다고, 주식투자에서 말아먹었다고, 술먹고 열받아서 한 대 때렸다고 이제는 상대방 배우자가 계속해서 그걸 우려먹으면서 트집잡으면서 역으로 자신을 학대해도 이혼 청구는 영영 못한다? 노예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반면에 상대방 배우자는 가정을 방기하고 맘대로 나다녀도 나는 꾹 참고 살아야 하나? 영영 노예생활해야 하나? 이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부부관계란 동거, 부양, 협조하는 관계다. 이런 신뢰관계가 깨졌다면 이러한 계약관계는 파기시켜줘야 한다. 서로가 질시하고 냉대하는 상태인데도 이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은 그 자체가 인권보장의 정신에 반한다. 이런 관계는 해소시켜 줘야 한다. 


서구권 국가에서는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부부가 1년 이상 별거를 하게 되면 그 자체로 이혼사유가 되는 것으로 하고, 다만 책임관계는 금전으로 해결하게 한다. 위자료와 재산분할 그리고 양육비 부담에서 적절히 통제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과거 대법원 판례도 “이미 결혼생활이 파탄난 것이 분명하고, 상대방 배우자도 더 이상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할 마음이 없으면서도, 오기나 보복의 감정으로 이혼을 안해주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면, 유책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예외를 인정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 예외의 범위가 매우 적다.

애초에 이런 유책주의라는 법리가 생긴 것은 바람핀 남자가 역으로 여자를 쫓아내는 축출이혼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한 명이 바람피웠다는 이유로 상대방 배우자가 기선을 잡고 이러한 유책자를 평생 죄인 취급하면서 노예로 부리는 일이 생기고 있다.

그래서 해방구를 열어줄 필요가 생긴 것이다. 최근 이러한 유책주의 법리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다음 화에서는 2018년 이후 일어난 유책주의에 대한 다른 법리 해석에 대해 알아보겠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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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4547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