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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기-변호사의 말하기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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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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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보고에서는 결론부터 말하는 것이 좋다. 특히 변호사들끼리의 토론이나 법정에서의 변론은 더욱 그렇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1.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무조건 결론부터

 

보고하거나 토의할 때는 문장의 뒷말을 흐리지 말고 곧바로 ” ~ 입니다.” “~ 합니다.”라고 결론을 확실히 말해주는게 좋다.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특히 전화통화할 때 더욱 그렇다. “대표님 그건 아무래도 좀…. ”이라고 뒷말을 흐리면 무슨 얘긴가 하고 머리속만 복잡해지고, 의사소통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다.

곧바로 뒷 얘기를 해야 한다. 얼버무리지 말고, 그게 예의있는 어법이다. 뒷말을 흐리면 상대의 머릿속을 피곤하게 만든다. 특히나 나쁜 소식일 경우에 더더욱 빨리 말해야 한다. 듣는 사람을 고문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로마시대에는 패전소식을 전하는 전령의 목을 베어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친 것이므로 이렇게 행동하는 경영자가 있다면 당장 그 회사를 떠나는게 좋다. 패전했다는 것이 그 소식을 전하는 자의 책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나쁜 일을 우물쭈물하고 숨길 수록 사태는 더 악화된다.

나는 직원과 변호사들에게 나쁜 소식일수록 더 빨리 전하라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는 습관을 들이자.

 

2. 결론부터 말하지 않으면 말하는 도중에 전화가 걸려온다. 상사는 찜찜한 상태에서 전화를 받는다.

 

내가 신입변호사에게 이렇게 물었다.

“오늘 상대방이 보내온 준비서면인데 이거 읽어봤지요? 계속 중복되는 내용을 써 놓았던데 특별히 여기에 대하여 다시 반박할 필요가 있어보이나요?”

 

“아 그거 제가 보니까요. A논점에 대하여는 이렇게 우리가 주장했었는데, 그쪽에서 지난번에 이렇게 반박했잖습니까? 그래서 다시 우리가 지난번 또 저렇게 반박을 했었는데… 재판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셔서… ”

 

이렇게 말하다가 갑자기 전화가 걸려온다. 또는 사무원이 들어와서 다른 사항을 물어본다. 전화를 끊고 나서 다시 묻는다.

 

“그래서 상대방의 이 준비서면에 대하여 우리가 다시 재반박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느냐 아니면 그냥 무시해도 될 것 같느냐는 걸 묻는 겁니다.”

 

“네 그러니까 계속 이어서 말하자면 재판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하여 제가 판례를 찾아보니까 B라는 판례가 나오던데 그게.. ”

 

그러다 또 전화가 걸려온다. 대표변호사는 한참 그 전화를 받고 끊는다. 이제 잔뜩 화가 났다.

“아 그래서 도대체 상대방의 이 서면에 대하여 반박할 필요가 있나요? 없나요?”

(당황하여)

“아 네 조금은 반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면 지금 당장 가서 간단한 반박서면 하나 써오세요”

 

상황은 이렇게 끝났다. 아주 간단히 끝날 대화가 정말 길어졌다. “재반박 필요성이 있는가?” “조금 있다” “그러면 알아서 간단한 서면 작성해 와 봐라” 이렇게 세 번의 문장이 오고가면 끝났을 것이다. 신입변호사가 작성해온 간단한 문서를 다시 대표변호사가 검토하면 되는 것이다.

진작 그렇게 말하지 왜 이제껏 딴 소리를 했을까? 중얼 중얼 부연설명은 필요없었다. 질문자가 원하는 것은 ‘재반박할 필요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였다. 필요가 있다면 간단한 서면작성을 시킬 예정이었고 필요가 없다면 그냥 무시할 작정이었다.

 

3. 결론부터 말하는 습관을 들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소리를 궁시렁 거리는 것은 답변자의 머릿속이 매우 복잡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재반박 필요성이 있는지 없는지 자기도 잘 몰랐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습관만 들이면 이것도 곧바로 할 수 있다. 뭔가 머릿속이 복잡하면 ‘조금 반박할 필요가 있기는 할 것 같습니다’라고 결론을 먼저 말한 다음 이유를 차분히 설명해나가면 된다. 그 이유설명과정에서 그의 복잡한 머릿속이 풀려나가는 것이다. 그렇다 말하다 보면 다시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이 달라지더라도 상관없다. 그 과정을 상대방은 다 듣고 있으므로 상대방도 머릿속이 깨끗하다. 그렇지 아니하고 머릿속이 다 정리가 된 상태에서 비로소 답변하려고 하면 서로 피곤해진다.

 

4. 신참자들이 중언부언 하는 이유

 

이렇게 중언부언 하는 이유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 모범생들은 항상 질문에 대하여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사지선다 객관식시험에 시달려온 사람들이고 주관식 시험조차도 일정한 정답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조금이라도 출제자의 의도에 어긋나면 안된다는 ‘몹쓸’ 버릇에 들여있다. 가련하다. 범생들이여.

 

둘째, 한국말의 못된 언어 습관 때문이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앞에서 부지런히 이런 저런 변죽을 울리고 자기 변명을 한참 내 뱉은 다음에 못이기는 척 자신의 결론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면서 웅엉웅얼 흐지부지 마지못해 말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이 한국말의 구조 때문에 일단 변죽을 울리고 보는 것이다. 다음의 예를 보자.

 

한국어 : 무슨 일이 있어도 3시까지 서류를 제출하셔야 합니다.

영어 : You must submit the document by 3 no matter what.

일본어 : どんなことがあっても、3時までに書類を提出しなければいけません

 

위 문장에서 핵심은 ‘제출하여야 한다’이다. 영어는 당돌하게도 ‘제출하여야 한다’는 ‘must submit’가 문장 첫머리에 나오는데 한국어와 일본어에서는 앞에서 이러쿵 저러쿵 한 다음에 제출에 관해서는 맨 뒤에 나온다. 게다가 일본어는 한 술 더 떠서 ‘제출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표현함으로써 ‘제출해야 한다’는 강압적 의미의 표현을 뱅뱅 잡아 돌리고 있다. 예시문을 하나 더 보자.

 

한국어 : 어제 오후에 보낸 메일에 그는 아직 답변이 없어.

영 어 : He still hasn’t replied to the email I sent yesterday afternoon.

일본어 : 昨日の午後送ったメールに、まだ彼は返事をくれないんだ

 

역시 한국어와 일본어는 있다 없다를 문장의 맨 뒤에 둠으로써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을 듣는 동안 계속하여 긴장하게 만든다. 과연 답변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계속하여 신경쓰이게 하다가 맨 마지막에 가서야 결국.. ‘없다’라는 말을 하여 장쾌한 결말을 맺는다. 기승전결의 전형이다. 서론, 본론, 결론이다. 그러나 영어는 결론부터 말하고 다음에 이유를 붙인다.

 

변호사와 판사, 검사들의 문장은 어떤가? 결론부터 나온다. 소장에는 청구취지가, 판결문에는 주문이 먼저 나온다. 현대사회는 바쁘다. 괜히 이런 저런 변죽을 울리면서 듣는 사람 고문시키지 말고 곧바로 결론을 말해버리자. 그 다음에 이유를 차근차근 말하면 상사는 당신을 매우 예뻐할 것이다. 이유먼저 설명하고 나중에 마지못해 결론을 말하면 듣는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매우 피곤해 한다.

 

5. 결론부터 말하려면 대단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가져야 하는 일이다. 자칫 당돌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호사들끼리는 절대로 “이 친구 당돌하군”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친구 명쾌하군”이라는 생각을 한다. 판사 검사들도 일상이 “복잡하고 구질구질한 말을 들어주는 일”이기 때문에 이유부터 너절하게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 머리가 아파진다. 법조인들한테는 결론부터 말하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해주는 일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두가지 이유 때문에 결론부터 말하는 것은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